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사단법인 면암최익현선생기념사업회 회장 김동대입니다.

 우리 역사는 1905년 을사늑약으로 국권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듬해 면암 최익현선생은 74세의 노구를 이끌고 의병을 일으키셨습니다. 대포로 중무장한 일본을 의병으로 상대하는 일이 성공할 수 없음을 잘 알고 계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자결을 감행한 목적은 그러지 않고서는 우리 역사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절실함에 있었습니다.
 선생의 한 평생은 불의에 대한 저항의 삶이었습니다. 30세에 처음으로 지방관(충청도 신창현감)에 임명된 면암은 당시 직속 상관이었던 충청관찰사의 불의한 요구에 맞서다 그 직을 던져버립니다. 40세에는 임금의 생부가 임금의 권력을 행사하는 불의 앞에 목숨을 걸고 직간을 하여 당시 서슬 퍼런 대원군을 탄핵시켜 버렸습니다.   
 불의(不義)는 정의(正義)를 이겨낼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면암은 일본의 패망을 분명히 예견하셨습니다. 하지만 면암은 일본의 패망이 곧바로 대한의 광복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점을 더욱 강하게 인식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일본이 망해도 우리민족이 사라진다면 국권을 회복할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마주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일제가 우리민족을 이 세상에서 영원히 없애버리려 한다는 사실을 간파하신 것이지요. 우리 민족이 이제는 더 이상 이 지구상에서 존재할 수 없게 된다는 엄청난 시대상황을 마주한 면암이 이 엄중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이 바로 순국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면암의 순국은 출발이 바로 우리 민족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나라가 망한 경험은 새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고구려, 백제, 신라가 망했으며, 고려가 또한 망했었지요. 하지만 과거의 망국은 왕조만 망한 것인데 비해 당시 면암께서 목도하신 것은 민족자체가 없어져버린다는 실로 역사상 초유의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조국보다 앞서 민족이 있다는 사실을 면암의 순국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면암의 순국은 단순한 군주에 대한 충성이나 왕조의 연장이 아니었습니다. 민족을 보전하기 위해서 면암은 먼저 고종임금에게 순국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왕조 국가에서 40여년 이상을 받들어 온 임금에게 자살할 것을 요구하는 면암의 모습을 상상하면 우리 가슴은 먹먹해질 따름입니다.
 하지만 고종은 이를 결행하지 못했고, 그러자 면암은 민족과 조국 앞에 목숨을 바친 것입니다. 이후 조국은 독립을 쟁취하여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를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념사업회는 면암의 정의를 향한 뜨거웠던 삶을 기리고자 출발하였습니다.  되찾은 조국 대한민국은 지금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로 발전해 왔지만, 아직까지 민족은 남북으로 갈라진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번영과 발전 속에 많은 부작용이 수반되기도 하였습니다. 정의를 향했던 면암의 길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가는 길에 여전히 소중하기만 합니다. 국민 모두가 그 소중한 길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